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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부 신병주의 고전을 보면 역사가 보인다 - 조선의 지식인이 소설을 쓴 까닭은?
"<금오신화>는 조선전기를 대표하는 지식인 김시습(1435~1493)이 쓴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이다.
<금오신화>는 현재 5편의 소설이 전해지고 있는데,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 등이 그것이다.
이 소설들은 남원, 경주, 개성, 평양에 사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해서
우리나라의 산천과 명승고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드나들면서도
김시습 자신의 이상을 소설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주인공 ‘양생’이 죽은 여자와의 인연 때문에
장가를 들지 않았다는 <만복사저포기>는 단종에 대한 충절을 지키고
끝까지 은둔한 김시습의 모습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 그것.
어린 시절, 신동으로 소문 나 국왕인 세종에게 칭찬을 받고
비단을 하사받을 만큼 뛰어났던 김시습.
하지만 1455년 세조의 왕위 찬탈로 전국을 방랑하며 현실을 등진 삶을 살게 되었다.
<사씨남정기>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정치가이자 학자인
서포 김만중(1637~1692)이 쓴 국문 소설이다.
<사씨남정기>의 배경은 명나라 금릉으로 처첩간의 갈등을 이야기한 것이지만,
숙종이 인현왕후를 폐하고 장희빈을 중전으로 책봉한 사건에 대해
숙종의 잘못된 선택을 풍자한 정치 소설이기도 하다.
즉, 소설의 주인공인 유현은 숙종, 사씨 부인은 인현왕후,
교씨 부인은 장희빈으로 설정하여 왕비로 책봉된 인현왕후가
오랫동안 출산을 하지 못했다든가, 인현왕후의 청으로 장희빈을 맞아들인 것,
이어지는 인현왕후 폐출 등의 시대상을 소설에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김만중은 국문학에서 차지하는 명성 못지않게
서인 당료로서 정치적으로도 중심적인 인물.
세 차례의 ‘환국’에서 유배의 길을 걷기도 했던 그는
<사씨남정기>라는 소설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정당화하는
고도의 수법을 썼던 것이다.
세조의 왕위찬탈을 목격하고 현실을 등진 김시습.
그의 이상을 꿈으로 풀어낸 <금오신화>와
숙종의 선택을 반대하며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밝힌 김만중의 <사씨남정기>.
조선시대 대표 지식인 김시습과 김만중의 이야기가
신병주의 고전을 보면 역사가 보인다 4 <조선의 지식인이 소설을 쓴 까닭은?> 편에서
흥미롭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