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릭(동영상 보기)
제42부 신병주의 고전을 보면 역사가 보인다 - 민초들의 통쾌한 대변인
"<흥부전>의 줄거리를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 있다.
한 형제간인데 어째서 빈부 차가 클까 하는 의문이 그것.
그 해답은 조선 시대의 가족제도와 상속제도의 변화에 있다.
조선 후기에 들어와 장자 중심의 가족제도가 확립되고
장자가 문중의 재산을 관리하게 되면서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고,
이러한 변화 때문에 부자 형, 가난한 동생의 모습이 흔해졌다.
놀부와 흥부는 바로 장자상속제도가 야기한 부자 형과 가난한 동생을 대표하는 셈!
또한 17세기 이후 조선 후기 사회는 농업이 발달하고
상품 경제가 확대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졌는데
흥부가 부인에게 ‘우리 부부 품이나 팔러 갑시다’ 라고 한 대목에서
날품을 팔 수 밖에 없는 어려운 농민들의 처지가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허생전>의 주인공 허생은 남산 묵적골에 살고 있던 몰락한 양반이다.
아내의 강요에 못 이겨 공부를 중단하고 돈을 벌기로 작정한 허생은
서울 갑부 변승업에게 만 냥을 빌린다. 지금으로 치면 수억 원에 해당하는 돈인데,
이 정도로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던 변씨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변승업은 조선 후기 숙종 때 활약했던 역관으로 실존인물이다.
역관은 통역하는 일이 공식적인 업무지만 조선 후기에 역관들은
상업 활동도 함께 담당했기 때문에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저자 박지원은 주인공 허생을 통해 허위의식에 사로잡힌 양반층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특히 시대적 배경을 효종대로 설정해,
현실성 없이 추진되던 정부의 북벌정책과 지식인들의 반청(反淸) 의식을 공격한다.
예전에 당한 치욕을 씻기 위해서는 먼저 조선을 부강하게 만들어야 하며
청에게 부강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그의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 후기의 고전 소설인 <배비장전>은 관리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배비장을
골탕 먹이는 사또와 기생의 이야기로,
조선 후기까지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던 신참례 문화를 중심 소재로 다루고 있다.
새로 들어온 관리를 신귀(新鬼) 즉, ‘새로운 귀신’이라 하여 여러 가지로 욕을 보였고,
연못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아오게 시켰으며,
엄청난 술과 음식을 요구하기도 했다는 신참례.
과거에 아홉 번이나 장원급제할 정도로 학문이 뛰어났던
조선 중기의 대학자 율곡 이이도 실제 문과에 급제한 후 선배들에게 신고식을 당해,
신참례 혁파를 건의하기도 했다는데...
조선 후기의 가난한 농민들의 삶을 대변하는 <흥부전>과
연암의 북학사상이 집약되어 있는 <허생전>,
그리고, 조선 시대 신참례의 폐해가 담겨있는 <배비장전>에 대한 이야기가
신병주의 고전을 보면 역사가 보인다 2 <민초들의 통쾌한 대변인> 편에서
흥미롭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