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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부 정병설의 권력과 인간 - 놀고 싶은 동궁, 사도세자
"1735년, 마흔이 넘은 늦은 나이에 아들을 얻게 된 영조.
후계자가 없어 마음이 급했던 영조는
아기(사도세자)가 돌이 지나자마자 세자로 책봉하고
두 돌부터 세자 공부를 시킨다.
세자 나이 여덟 살,
정식으로 학생이 되는 의식인 입학례 후에는 본격적인 후계자 수업이 시작되는데,
수업은 하루에 두 번 뿐이었지만 세자에겐 그 두 번도 버거운 일이었다.
세자의 성장과 교육 과정을 기록한 동궁일지를 보면
기사 앞머리에 ‘양연정(兩筵停)’이라고 쓰인 날이 많았는데,
이것은 ‘경연과 서연 모두 정지되었다’라는 말로,
그 두 번의 수업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기대와는 달리 공부를 싫어하는 어린 세자를 보면서 아버지 영조의 근심은 시작된다.
어떤 아이든 그 아이에게 맞는 방법으로 교육해야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영조의 가르침은 안 보다는 밖을,
공부보다는 놀기를 좋아하는 사도세자의 성격과는 맞지 않았다.
영조에게 세자 교육은 단순한 자식 교육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고 키우는 임금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한 후계자 교육이었기 때문이다.
경전 공부를 중심으로 한 관념적인 교육인데다가
또래 아이와 어울릴 기회도 없었으며,
내인들이 늘 세자의 시중을 들었기에 자주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도 없는 교육이었다.
또한 혜경궁의 한중록을 보면,
남편 사도세자의 이상성격이 형성된 근저에는
어릴 때 부모 곁에서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유도 언급되고 있다.
엄격하고 날카로운 아버지의 기대에 언제나 못 미쳤던 아들,
사도세자의 유년은 영조의 그늘 아래 늘 어둡고 숨 막히는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