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꽃- 이 용 섭 ]
                                 
그 여자 
물비늘처럼 하얗게 하늘거리고 있다 
어제까지 울먹이는 꽃망울이더니 
오늘 아침 젖은 머리 털며 성숙한 여인으로 섰다 
말할까, 말해도 될까 망설이다 보낸 사람
푸른 바람으로 다가와 오래 전에 닫은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리고 있다 
가슴 한쪽에 묻어둔 사람
열어 줄까, 열어도 될까 
여윈 목 갸우뚱거리며 서성이는 눈물 꽃 
바람결에 스쳐간 시간 속으로 
우는 듯 웃는 듯 그리운 얼굴 하나 
접힌 세월 속에 조금씩 지우고 있다 
- 의성문학 제27집 -
산부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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