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함께 뛰놀던 친구가 죽었답니다.
아직도 가슴에 뜨거운 정이 많이 남아 있는 친구였는데 하늘나라로 먼저 가 버렸답니다.
삶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저 멍하니 초승달만 쳐다봅니다.
인생에 초연해 져서도 아닙니다. 죽음에 초연해 져서도 아닙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 멍 할 뿐 입니다
나이 오십에 뇌졸증 이라니 이 무슨 개뼈다귀 같은 말 입니까
친구들이 다 쳐다보고 있는데도 눈을 뜨지 않습니다.
이름을 불러 보았는데도 대답이 없습니다.
손을 잡아 보았는데 손은 따듯했습니다.
어릴 적 우리끼리 별명이 대좃 이었습니다.
마음 여리고 넉살좋고 건강한 친구였습니다.
가슴 저리게 환희 웃던 친구의 눈빛은
너무도 긴 그림자에 싸여 이제는 보이지 않습니다.
살아 계시는 노모를 홀로 두고 저 혼자 먼저 가 버렸습니다.
눈물이 날려고 합니다. 빈소에는 장성한 딸 둘만 덩그마니 앉아 있습니다.
옆에 친구가 울고 있습니다.
참았던 오열이 터져서 끝내는 눈물을 떨어뜨리고야 말았습니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들이 많았던 친구였나 봅니다.
바보 같은 놈 이라고 욕도 해 봅니다
그런 친구를 그렇게 떠나보냈습니다.
친구들의 씨린 가슴에 눈감고 있으니 행복한가? 봅니다.
친구가 옆에 있는 줄 아는가? 봅니다.
재가 되어 한줌 밖에 안 된 친구를 고향의 앞산에서 훨훨 날려 보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같이 놀자고 훠~얼 훠얼 날려 보냈습니다
친구의 죽음이 충격으로 다가 왔습니다.
고뇌를 함께 못 했던 내를 원망 합니다
살아 있을 때 더 친하고 가슴을 열었어야 했는데
가슴을 열고 친했던 친구들은 밤 한밤 세워주지 않고 가 버렸습니다.
등신 같은 친구들만 남았습니다.
두 밤을 꼬박세운 더 등신 같은 친구도 있습니다.
끈끈한 인연의 끈을 과감하게 뿌리치는 내 잘난 친구들이 부럽기만 합니다.
어차피 세월 속에 묻혀 갈 것인데 밤 한밤 더 세운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현실이 갈라놓은 이쪽저쪽에서 이제는 가까이 갈수도 없고 볼 수도 없는데
길 떠난 친구의 안부는 누구에게 물어 보아야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