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암사 내사랑 - 안도현
人間世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지 턱 돌아앉아 곁눈질 한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화암사를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세상한테 쫓기어 산속으로 도망가는 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다리가 되고 벼랑이 막아서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마을의 흙먼지를 잊어먹을 때까지 걸으니까 산은 슬쩍, 풍경의 한 귀퉁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구름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 그 절집안으로 발을 들여 놓는 순간 그 절집 형체도 이름도 없어지고, 구름의 어깨를 치고가는 불명산 능선 한자락 같은 참회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마을에서 온 햇볕이 화암사 안마당에 먼저 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세상의 뒤를 그저 쫓아다니기만 하였습니다 화암사, 내 사랑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 "겨울아침의 정경" - 유은선 (해금연주) 사진 : 201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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