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주춤하는 사이
파란 하늘이 잠시 얼굴 내밀고
아파트 옆 빈 공터 채마밭에는 푸성귀가 무성하다
봄에 빈 공터 자투리땅에다
고추랑,고구마랑,들깨랑,호박이랑,상추랑
조금씩 심어 놓은 게 이제는 제법 크게 자랐다
주렁주렁 달린 고추가 영글어가고
동성이네 밭에는 땅콩이 씩씩하게 익어가고
그 옆 밭에는 세탁소 아저씨네 참깨 꽃이 참하게도 피었다
누가 심었는지 모르지만 해바라기도 도라지꽃도 예쁘게도 피었다
구름도 머물다 가고 비도 오고 바람도 일렁이며 놀다가더니
정성 기울인 사람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이
아파트 옆 빈 공터 채마밭의 여름은 진한 녹색으로 짙어만 간다.
푸성귀의 상큼한 냄새는 여름의 향기인가
깻잎의 향긋한 냄새는 님의 체취인가
주섬주섬 호박잎도 따고 깻잎도 따고
애호박 2개랑 고추는 한 움큼도 더 따고…….
그새 비닐봉지가 그득하다
부자가 된 느낌이다
"한꺼번에 많이 따서 어떻게 하려고?" 물으니까
103호 할머니께도 조금 드리고
902호 아지매에게도 조금 드리고
아파트 청소하는 아줌마도 좀 드리고…….
하면서 호박잎은 밑으로 꼬옥 숨겨 놓는다.
오늘 저녁에는 호박잎쌈을 먹겠구나 생각하니
입안에서도 넉넉한 느낌이 드는게 참... 조오타...,
사진 : 아파트 옆 공터에서(2009.07.18 ;토요일 오전 9:28:44)-2021.05.10 현재 브라운아파트 자리
노래 : 시계바늘/신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