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날이 추적추적 젖어
비 내리는 저녁
세상 어디에도 걸음이 닿지 않고
어깨 위로 뜨건 김이 오를 때
마음에 꼬깃꼬깃 접어둔 누군가가 보고 싶다
때로는 명함처럼 지갑 속에 갇힌 사랑도 있느니
차창으로 고개를 내밀어
눈썹 밑으로 잠겨오는 안타까운 사람
배꽃만큼이나 속살이 하얀 마을을 지나
둥그런 마음을 촛불처럼 키우고 사는
어둠 너머 해변 마을에
어둠의 거리만큼 멀리 흘러간 환한 여자가 있느니
언제나 서걱거리는 여자
비 내리는 저녁 누군가가 보고 싶어
우산을 접을 때는
그리운 사람도 함께 밤 열차를 탄다
비와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