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이 보이는 봉화 북곡리(2008.04.25)
나는 유난히도 흙을 좋아했다
나의 어릴 적 집은 흙집이었다
잠을 잘 때면 흙벽에 코를 대고 잠을 잤다
도배도 안되었던 흙집
그래도 춥지도 덥지도 안했던 아늑한 집이였다
추운 겨울이면 아궁이에 장작을 지폈고
청솔가지 타들어 갈 때면 연기에 눈이 매웠지만
가마솥 보리밥에 콩 비지찌개 끓는 소리에
얼마나 정겹고 좋았던 시절 이였던가.
양지바른 언덕 무덤가에 할미꽃 쏘옥 내밀 때면
우리는 칡을 캐러 다니다 할아버지께 혼이 나면서도
가느다란 칡을 캐느라 손등은 다 트고
칡뿌리 씹느라 입이랑 옷은 칡물이 들어도 즐거웠다
봄이면 달래 냉이 쑥 된장에
보리깜부기에 얼굴에 까만 그림 그리고
밀 익은 오월이면 여물지 않은 밀알을 따서
껌 만들어 씹었었고
온 세상이 푸르름으로 물들었을 때
아카시아 꽃잎을 따먹었고
울창한 숲을 바라보며 우리는 소박한 꿈을 꾸었다
또 가을의 풍요를 바라보며
채 여물지도 않은 수수가지랑 콩 가지를 꺾어다
잿불에 구어 먹었던 그리운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돌아갈 수도 없는 그리운 시절들....
오래도록 머물러 아련한 추억으로 마음에
그리움으로 남겨놓았다.
김용자님의 '흙 냄새가 그립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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