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버렸네!!
외출에서 돌아와 옷을 벗고 손을 씻듯이
가을은 그렇게 가버렸네!
가사를 잊어 속으로만 웅얼 거리다만 노래처럼
가을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 버렸네!
아름다움과 희열에 들떠
어쩌지 못한 내 마음속 언어는
정갈하게 갈무리되어 단풍으로 가득 물들어 있는데도
가을은 홀로 모르는 척 그렇게 가버렸네!
생각이 저만큼 앞서가다가
다하지 못한 그리움의 언어가 이제야 생각나
후회하듯 뒤돌아보니 달력 한 장 딸랑 남기고
가을은 정녕 가버리고 말았네!
가을 사진 한 장 훤하게 찍어두지 못한
내 젊은 가을은 그렇게 가버리고 말았네!
다시는 못 볼 사람처럼
기다림도 모르는 것처럼... (2010년 12월 1일 새벽에) 새벽길/남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