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에게 길을 묻다] - 이 용 섭 -

  탑에게 길을 묻는다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 안쓰러움이 
  우리를 잠 못 들게하던 탑에게 길을 묻는다
  세월의 갈피마다 숱한 얼굴을 묻어두고 
  부끄러운 끈을 잡고 길을 묻는다 
  길은 변심한 애인처럼 자꾸만 돌아눕고 
  부질없는 세월은 아픔으로 탑을 쌓는다
  어둡고 그늘진 골짜길수록 
  더 풍성하게 익어가던 믿음과 사랑의 힘으로 
  탑을 쌓는다 
  날마다 사위어가는 가슴에 한 층 또 한 층 
  질척거리는 삶을 내려놓고 
  아무도 모르게 탑으로 가는 길을 묻는다 
  제 가슴에 입을 대고 길을 묻는다. 


영화 부베의 연인 ost


안동 법흥사지칠층전탑(국보 제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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