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꺼비 2017. 4. 2. 19:37

봄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임하 중앙탑